당 줄이고 운동해도 빠지지 않는 뱃살…진짜 범인은 '소금'?

"먹는 양 줄였는데도 뱃살이 그대로예요."


다이어트를 해본 이들이 한 번쯤은 내뱉는 푸념이다. 설탕, 지방, 탄수화물까지 줄였건만 줄어들지 않는 복부지방. 그 배후에 '나트륨', 즉 소금이 숨어있다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최근 유럽비만연구협회(EASO)는 핀란드 헬싱키 보건복지연구소(FIHW)의 애니카 산탈라티 박사 연구진이 진행한 대규모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에 따르면, 음식으로 섭취하는 나트륨이 많을수록 일반 비만은 물론 복부 비만의 위험이 3~6배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핀란드 전역의 성인 5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국가 건강 연구(National FinHealth 2017)' 데이터를 기반으로 했다. 연구진은 참가자의 식단을 분석해 나트륨 섭취량과 소변을 통해 배출되는 나트륨 농도를 측정하고, 이를 일반 비만 및 복부 비만과 비교했다.

놀라운 점은 나트륨 섭취량이 높은 상위 25% 집단의 비만 위험이 눈에 띄게 높았다는 것이다. 특히 여성의 경우, 나트륨 섭취량이 많은 그룹은 적은 그룹보다 일반 비만 위험이 4.3배, 복부 비만 위험은 3.4배나 높았다. 남성의 경우 소변 속 나트륨 농도가 높은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일반 비만 위험이 6배, 복부 비만 위험이 4.7배나 높았다.

소금 섭취가 비만과 이렇게 밀접한 연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하루 평균 나트륨을 WHO 권고량의 1.5배에 달하는 수준으로 섭취하고 있다. 특히 우리 식문화 특성상 김치, 국물요리, 가공식품 등에서 무심코 많은 양의 나트륨을 섭취하게 된다.

연구팀은 "많은 사람들이 정크푸드나 인스턴트만 나쁘다고 여기지만, 실제로는 치즈, 햄, 소시지, 심지어 일상적인 반찬류에서도 과도한 나트륨이 들어있다"며 "개인의 식습관 변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식품산업 전반에서 나트륨 저감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국민건강영향조사에 따르면, 영양성분 표시를 확인하며 식품을 고른 소비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하루 나트륨 섭취량을 평균 187mg, 당류는 3.3g 적게 섭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은 실천이지만, 이런 노력이 모여 건강한 삶을 지켜줄 수 있다.

우리는 이제 소금과의 전쟁을 시작해야 할 때다. 식탁 위의 하얀 가루가 우리 뱃살의 숨은 주범일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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