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봄볕 아래, 붉은 황토를 맨발로 밟는 그 순간. 누군가는 "몸이 가벼워졌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무릎 통증이 사라졌다"고 이야기한다. 최근 아산을 중심으로 번져가는 ‘황톳길 맨발 걷기’ 열풍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건강한 삶의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걷는 것 하나로 몸의 균형을 바로잡고, 심리적 안정까지 찾을 수 있다면? 지금 그 건강 비밀의 실체를 파헤쳐본다.
혈액순환과 면역력, 걷기만 해도 달라진다 – 황톳길 맨발 걷기의 놀라운 효과
아산시 송악면 궁평저수지의 황톳길에서 만난 70대 주민 우규남 씨는 “맨발로 황톳길을 걷기 시작한 뒤, 발바닥 근육이 단련되고 무릎과 허리 통증이 줄었다”고 말했다. 단순히 기분만 좋아진 것이 아니다. 실제로 발은 ‘제2의 심장’으로 불릴 만큼 신체 전체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황톳길 맨발 걷기는 발바닥의 수많은 미세근육과 말초신경을 자극해 전신 혈액순환을 돕고, 면역 체계를 활성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단순한 ‘걷기’가 아닌, 신체 내 깊은 회복과 치유의 작용을 유도하는 건강 행위다.
더 나아가 황톳길을 맨발로 걷는 ‘접지 운동(Earthing)’ 개념은 미국 심장전문의 스테판 시나트라 박사에 의해 과학적으로도 소개됐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땅과 접촉할 때 우리 몸에는 자유전자들이 흘러들어와 염증과 활성산소를 중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국내 연구도 이를 뒷받침한다. 2023년 발표된 ‘숲길 맨발 걷기 효과 검증’ 논문은 중년 여성 대상 실험에서 맨발 걷기 그룹이 스트레스 지수와 혈관 건강 지수 모두에서 뛰어난 개선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또한, 전국 6개 숲길을 걷는 300여 명의 성인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맨발 걷기 참여자들의 심리적 행복감이 더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유의할 점도 있다. 상처가 있거나 무좀 등의 피부 질환이 있는 경우, 오염된 황토는 세균 감염의 우려가 있다. 심혈관계 질환이나 관절 질환 환자는 전문가의 상담을 거친 후 실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산시, 시민 건강 위한 황톳길 대대적 조성 – “이제는 가까운 공원에서 힐링하세요”
이러한 맨발 걷기의 효과가 알려지면서 아산시는 시민들의 건강 증진을 위한 황톳길 인프라 확장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특히 접근성이 뛰어난 도시공원을 중심으로 새로운 황톳길을 조성하고 기존 시설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새롭게 조성되는 곳은 아산문화공원과 둔포중앙근린공원이다. 아산문화공원은 온양1·3동 주민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위치로, 총 1,227m의 순환형 황톳길이 조성 중이다. 일부 구간은 이미 개방됐으며, 4월에는 습식 황토 체험장, 황토볼·붉은 모래 체험 공간, 세족장, 그늘벤치 등의 편의시설이 완비된다.
둔포면 중앙근린공원은 약 900m 길이의 황톳길 산책로가 들어서며, 3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숲과 연결된 자연친화적 설계로 상쾌한 숲속 공기를 마시며 걷기 좋도록 구성될 예정이며, 세족장과 운동기구 등 다양한 편의시설도 함께 조성된다.
뿐만 아니라 기존의 맨발 걷기 명소로 손꼽히는 배방읍 용곡·지산공원의 노후시설도 개선된다. 이곳은 각각 2,400m(용곡공원), 600m(지산공원)의 황톳길이 이미 마련되어 있으며, 봄과 가을 주말이면 하루 평균 2천여 명의 시민들이 찾는다. 아산시는 여기에 2억5천만 원의 예산을 들여 황토 족욕 체험장, 세족장 등 부대시설을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작년 10월에는 송악저수지에 2,000m 길이의 황톳길이 조성되며, 첫 맨발 걷기 축제가 열려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이곳은 폭이 3.5~4m로 설계돼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함께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아산시는 이처럼 지속 가능한 맨발 걷기 환경 조성을 위해, 조례안도 마련했다. 지난 2월 아산시의회에서는 김미성 의원이 발의한 ‘맨발 걷기 활성화 지원 조례안’이 통과돼, 향후 황톳길 유지 및 편의시설 설치에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었다.
아산시 관계자는 “황톳길은 단순한 산책로를 넘어 시민의 건강과 지역의 자연 환경을 함께 지켜내는 공간”이라며, “이번 황톳길 확대 조성 사업이 시민들에게 진정한 힐링과 재충전의 시간을 제공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