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수분 섭취, 나트륨 농도 낮추며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
저나트륨혈증 증상과 원인, 예방 방법까지 제대로 알아보자
“하루에 물 8잔은 기본”이라는 말이 있다. 현대인의 건강관리에서 수분 섭취는 늘 강조되는 주제다. 실제로 탈수는 피로감, 집중력 저하, 심한 경우 신장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체내 수분 유지가 중요하다. 그러나 여기서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사실이 있다. 물도 ‘과하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건강한 사람들 사이에서도 지나친 수분 섭취로 인해 의도치 않게 건강이 악화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특히 ‘저나트륨혈증’이라는 생소한 질환은 너무 많은 물을 마심으로써 혈중 나트륨 농도가 희석되어 발생하는데, 이로 인해 의식 저하, 심한 경우 실신, 사망에 이를 수 있어 경각심이 필요하다.
한 연구에서는 저나트륨혈증 환자의 사망률이 정상인보다 3배 가까이 높다는 결과가 제시됐다. 이처럼 겉보기엔 단순한 피로, 졸림 정도로 시작되는 증상이지만 그 결과는 매우 심각할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저나트륨혈증이란 무엇인지, 왜 위험한지, 그리고 어떻게 예방해야 하는지를 상세히 알아본다.
저나트륨혈증이란? 왜 위험한가?
저나트륨혈증(Hyponatremia)은 말 그대로 혈액 내 나트륨 농도가 지나치게 낮아진 상태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혈중 나트륨 농도가 135mmol/L 이하일 때 이를 저나트륨혈증으로 진단한다. 나트륨은 체내 삼투압을 조절하고 수분 균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전해질이다.
초기 증상은 대체로 무력감, 피로감, 졸림 등으로 일상적인 피로와 구분하기 어렵다. 하지만 상태가 악화되면 구토, 두통, 의식 저하, 발작 등 심각한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난다. 특히 혈중 나트륨 농도가 120mmol/L 이하로 급감할 경우 혼수상태나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
사망률까지 높이는 저나트륨혈증...국제 연구로 본 실제 위험
스웨덴에서 6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진행된 한 대규모 연구는 저나트륨혈증의 위험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유럽 내과학 저널에 발표된 이 연구에 따르면, 저나트륨혈증 환자들은 증상의 심각도와 관계없이 사망률이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증 저나트륨혈증만을 가진 경우에도 정상인에 비해 사망률이 의미 있게 높았다. 이러한 사망률 상승은 단순히 나트륨 농도 저하 때문만이 아니라, 기저질환의 악화와 함께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수분 과다 섭취만의 문제는 아니다: 다양한 발생 원인
많은 이들이 저나트륨혈증의 원인을 물 너무 많이 마신 것으로 단정짓기 쉽지만, 실제로는 보다 다양한 원인이 작용한다. 설사나 과도한 땀, 이뇨제 복용, 신장 기능 저하 등 나트륨 손실도 원인이 된다.
또한 항이뇨호르몬(ADH)의 과다 분비도 큰 영향을 미친다. 특정 암, 약물 복용 등으로 인한 2차적 발생 사례도 많다. 심부전, 간경화, 신증후군과 같은 만성 질환이 있는 경우 더욱 조심해야 한다.
하루 물 섭취량은 사람마다 다르다
‘하루 8잔의 물’이라는 기준은 어디까지나 평균값이다. 실생활에서는 체중, 활동량, 계절, 건강 상태에 따라 수분 필요량이 달라진다. 채소, 과일 섭취량도 수분 섭취에 포함된다.
무기력감, 졸림, 두통 같은 증상이 반복된다면, 단순한 피로가 아니라 저나트륨혈증일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만성질환자나 특정 약물을 복용 중이라면 전문 상담이 필요하다.
결론
물을 마시는 습관은 건강을 유지하는 데 있어 기본 중의 기본이다. 하지만 ‘많을수록 좋다’는 믿음은 잘못된 정보일 수 있다. 수분이 지나치면 체내 나트륨 농도를 낮추고, 저나트륨혈증이라는 심각한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이 질환은 무증상으로 진행되기 쉬워 조기 진단이 어렵고, 치료 시기를 놓치면 생명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 핵심은 균형이다. 자신에게 맞는 수분 섭취량을 찾는 것, 그것이 진정한 건강관리의 출발점이다.